밸브는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배관 시스템의 중요 제어부품으로, 유체의 성상에 따라 다양한 재료가 밸브의 구성 재료로 사용된다. 구성 재료는 주로 금속이지만 유체의 화학적 성분, 온도, 압력 및 사용환경에 따라서 각기 다른 종류의 금속 재료가 사용된다. 특히 산업이 고도화와 더불어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현재의 고에너지 프로세스 플랜트 시스템에 있어서는, 이에 부합되는 고도의 기술 발전이 밸브에도 요구됨에 따라 기존의 기술 기준과 규격에 등재된 금속 재료이외의 신 물질의 재질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밸브는 지난 19세기의 제2차 산업혁명기를 앞두고 개발된 밸브들의 원형이 아직까지 큰 틀의 변화없이 사용되어 온 극히 보수적인 제품이지만, 사용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고, 구동 및 제어기술이 크게 발전, 변화함에 따라 밸브의 구조 재료도 발전 변화하였다. 예로써, 1950년대 이전에는 사용온도가 350℃를 초과하는 프로세스가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발전 시스템의 경우 주증기 온도가 600℃를 초과하는 초초임계압(超超臨界壓 USC, Ultra-Super Critical) 발전소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듯이 밸브의 금속 재료 또한 기존의 재질로는 초고온에서 요구하는 재료의 피로와 크리이프 요건에 맞추기 힘들게 되었다. 특히 프로세스 시스템의 초고온 고압의 고에너지화는 시스템의 안전문제와 더불어 시스템의 최종 제어요소인 밸브의 재료 선정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밸브의 구성재료인 금속 재료의 제조방법을 밸브 엔지니어의 상식 수준에서 간단하게 언급하고, 현재의 산업 기술 추세에 맞는 새로운 재질의 적용은 물론 재료의 발전 추세에 대하여도 소개하고자 한다. 아울러 ASME BP&V에서 강조하는 압력 유지 부품으로써, 밸브 몸체 및 본닛의 고온, 고압용의 크리이프 강도 보강 강재(CSEF, Creep Strength Enhanced Ferrite Steel)인 저합금강 재질에 대하여도 실무차원 수준이상의 금속 재료 취급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밸브의 구조 재료는 패킹과 밸브 씰링 재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압력을 유지하는 부품인 밸브 몸체와 본닛, 몸체와 본닛을 연결하는 볼트와 너트가 밸브에 작용하는 압력-온도에 충분하게 견디어야 하는 중요한 강도 구성 재료이다. 이들 재료는 일반적으로 국가나 단체에서 규정한 밸브 설계 제조 표준이나 기준에 따라 등록된 재료를 쓰는 것이 거의 강제적 규정사항이다. 나머지 부품들은 밸브의 운전 건전성과 기능을 충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또한 서비스 환경조건에 맞는 금속 재료를 선정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책에서 지향하는 프로세스 플랜트용 밸브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미국의 밸브 규격인 ASME B16.34를 기본으로 관련 단체 규격인 API, ISA, MSS 등의 규격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유럽의 EU 관련 규격도 활용하고 있다. 

1. 금속재료의 주조법

1) 밸브의 주조법

최근의 금속 재료의 주조법은 대단한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과거의 전통적인 주조법인 사형주조로부터 대량 생산이 가능한 다이캐스팅 (금속제 주형)주조로부터, 1/10mm 수준의 정밀주조(쉘주조, 로스트 왁스, 세라믹주조)은 물론 전기 슬래그 재 용해(ESR, Electro-Slag Remelting) 주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새로운 주조법이 개발되어 적용하고 있다.

밸브는 형상이 비교적 복잡하고 밸브 내외면에도 유려한 유로 통로를 만들어 유체의 저항 손실을 작게 하기 위한 복잡한 곡선이 많기 때문에 미리 밸브의 내외부 형상을 본 뜬 주형으로 주물로 제작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밸브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주조법은 사형주조(沙型鑄造, Sand Casting)가 가장 광범위하게 널리 쓰이고 있으며, 보다 깨끗하고 정밀한 주물을 얻기 위해서 쉘주조(Shell Casting)와 정밀주조(Investment Casting)가 사용된다. 정밀주조는 주로 4인치 이하의 소형밸브의 대량 주조에 적합하며, 로스트 왁스 주조(Lost Wax Casting)법이라고도 한다. 이 주조제품의 치수 정밀도 오차는 0.1mm까지도 구현 가능하다. 반면에 쉘주조의 경우는 로스트 왁스 주조보다 주물의 치수 정밀도는 낮지만 좀 더 큰 대형의 밸브까지도 주조가 가능하다. 다음은 밸브 몸체에 주로 적용하는 주조 프로세스를 보여준다.




주조회사는 주조 시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형에 시험편(ASTM Keel Block)을 부착하여 압력 유지 부품인 밸브 몸체의 히트번호(Heat Number)별로 주물의 화학적 성분은 물론 재질의 종류에 따라 주조 후의 필요로 하는 후처리작업(열처리 포함) 후에 시험하는 기계적 성질까지, 관련 규격에 따라 시험하고 성적서(Material Test Report/ Certificate) 를 발행한다. 이 성적서는 밸브제작자에게는 밸브의 품질과 성능을 보장하는 중요한 하나의 이력이 된다.

2. 금속재료의 단조법

금속을 재결정온도(再結晶溫度)이상으로 온도를 높여 적열상태로 한 다음, 여기에 큰 힘의 압축력을 가하여 원하는 형태로 소성 변형 가공을 하는 방법이 단조이다. 이러한 경우 단조 성형된 싯점에서 조직과 금속재료 소재의 성질(단조를 하게 되면 금속의 결정립이 압축되어 넓은 방향으로 길게 섬유상태의 조직이 생김)이 변하게 되고 특히 충격강도와 연신율이 많이 좋아진다. 단조작업은 많은 힘을 가하여 특정한 형상을 만들어야 하고, 더욱 고온 작업이 대부분 필수적이어서 단조 가공 후의 제품 치수가 정밀하지 않으며, 위험하고 깔끔하지 않은 작업환경과 더불어 복잡한 형상의 단조 작업은 비능율적인 면이 많다. 그러나 금형을 이용한 다이 단조는 치수 정밀도가 비교적 균일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함으로 소형 밸브와 같은 경우에는 일정 압력 이상의 밸브는 단조형 밸브가 대부분이다. 

최근의 프로세스 플랜트의 경우, 시스템이 고에너지화 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르는 플랜트의 신뢰성 높은 안전운전이 최우선시 되는 관계로 기존에 사용해 왔던 고압의 주조형 고압밸브는 주물 자체가 갖는 근본적인 결함요소들 때문에 단조형 밸브로 많이 바꾸는 추세이다. 특히 고온, 고압환경에서 밸브 금속재료의 열천이에 의한 피로 수명문제와 용접 보수를 피할 수 없는 주조 밸브의 품질 문제로 대형 단조형 밸브의 수요는 점차 증가되고 있다. 이들 대형 밸브의 단조는 밸브 몸체의 단조에 필요한 무게를 기준으로 100kg에서 20Ton에 이르기까지 자유 단조의 방식으로 단조 가공된다. 밸브 엔지니어가 단조에 대하여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은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3. 금속재료의 압연가공

  철강회사는 전기 아크로(EAF) 또는 유도전기로를 이용하여 목적하는 철강재를 생산한 다음 철강재의 품질 수준에 맞게 정련과정을 거친 다음, 연속 주조과정을 통하여 빌릿을 만들거나, 잉곳을 만들어 열간 압연 공정 또는 단조 공정을 거치게 된다. 보다 고급 재질의 철강재는 정련과정에서 진공로 등을 사용하여 정련한 다음 추가로 ESR/VAR를 통하여 불량율 가능성 제로의 잉곳 환봉을 제작하여 이를 소재를 블룸(Bloom)으로 하여 연속 압연 또는 단조, 가공 후 후속의 공정을 거쳐 고객에게 판매된다. 그림 7은 제강공정에서 압연공정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보여준다. 

압연된 환봉 또는 각재는 직접 기계가공을 통하여 밸브로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소량의 특수밸브 또는 소형의 계장용/유압용 메니폴드와 같은 밸브에 쓰인다. 이렇게 압연제품을 밸브로 직접 가공한 밸브를 바스톡밸브(Barstock Valve)라고 한다. 

4. 금속재료의 열처리

단조나 주조 공정을 통하여 제조된 소재에는 공정 프로세스 중에 피할 수 없이 내부 응력이 발생하여 응어리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정 중에 생긴 가공 경화된 재료를 고온으로 가열한 후에 서서히 냉각하면, 본래 금속의 성질과 조직이 살아나거나 전혀 다른 특성을 이용하여 금속을 적당한 온도로 가열하고 적당한 냉각 속도로 처리하면, 전혀 다른 금속적 성질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작업을 금속 열처리라고 한다. 

열처리는 철금속(강)이 갖고 있는 각 원소의 고유의 성질들과, 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합금 원소인 탄소와 철의 관계인 철-탄소 평형상태도(Fe-C Diagram)를 이해함으로써, 보다 이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철은 가열 또는 냉각 시의 특정 온도에 따라 조직의 모양인 상(相, Phase)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상 변화(Phase Transformation)의 기준 포인트가 되는 온도를 변태점 또는 변태온도라고 한다. 변태점은 Fe-C 상태도에서는 각각 A0 (210℃), A1 (723℃), A2 (770℃), A3 (912℃), A4 (1400℃) 변태점이 있다. 상에는 각각 페라이트(Ferrite), 오스테나이트(Austenite), 시멘타이트(cementite), 마르텐사이트 (Martensite), 펄라이트(Pearlite)가 있다. 다음은 각 상에 대하여 간략한 특징을 설명한다. 탄소이외의 페라이트 안정제 역활의 Cr, V, Si, Nb 등 원소와 오스테나이트 상에서 또다른 안정제 역할의 C, N, Ni, Co 및 Cu 등의 원소들에 대하여는 따로 설명하고 여기에서는 주로 탄소와 강의 관계만을 설명한다.

페라이트(Ferrite) : α 고용체, C <= 0.02%, 순철에 가까운 조직으로 체심입방구조 (BCC)이나 770℃ 내외에서 자기 변태를 일으킴

오스테나이트(Austenite) : γ 고용체, C < 2.11%, 면심입방구조(FCC)

시멘타이트(Cementite) : Fe3C(탄화철), Fe+6.68%C, A0 변태를 하고, 상온에서 강한 자성체로 강도, 경도 및 취성이 크므로 단조 불가

펄라이트(Pearlite) : α 철+Fe3C, 0.77%C 내외의 γ 고용체가 A1 변태점 온도 723℃ 이하로 냉각될 때 생성(공석반응이라고 함), 페라이트와 시멘타이트가 층상구조로 있으며, 인장강도/내마모성/연성이 있음.

참고로 주철(Iron)과 강(Steel)의 구분은 탄소의 함량에 따라 구분한다. 주철의 경우에는 탄소의 함량이 2.1%이상, 강의 경우에는 2.1% 미만으로 구분한다.

 

열처리는 금속을 서용목적에 맞도록 안정적이고 유효한 방법을 통하여 금속의 성질을 조율(조질)하는 것으로 주로 기계적 강도의 증대 (퀜칭+템퍼링), 금속 조직의 안정화 (어닐링이나 탄화물의 구상화처리), 금속 조직을 미세화하고 균일하게 처리(노말라이징), 단조와 같은 가공 경화 상태의 불안정한 과도한 응력 상태를 제거 또는 안정화(어닐링, 템퍼링, 심냉처리)하는 것이다. 실제 열처리는 강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크게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아래의 열처리 방법은 퀜칭, 템퍼링, 노말라이징, 어닐링을 처리하여 금속 조직의 경도를 완급 조절하고, 조직의 안정성을 높이고 가공성, 기계적 성질을 조율하는 하는 것으로 각각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이러한 열처리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Fe-C평형선도의 각 변태온도와 시간-온도 변화(TTT 선도, Time-Temperature Transformation Diagram)선도로 표현하는 열처리 냉각속도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퀜칭(소입/燒入, 담금질 – Quenching) : 강을 견고한 마르텐사이트 조직으로 만들기 위하여 오스테나이트 영역에서 급냉 처리하는 조작으로 담금질 경화성은 합금원소(Mo, Cr, Mn, V, Ni, W, Si 등)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담금질 소재의 질량 효과로 인하여, 소재의 단면적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적절한 두께(직경)가 요구된다. 

템퍼링(소려/燒戾, 뜨임 – Tempering) : 퀜칭에 의해 경화된 강이나 주철을 재가열하여 인성을 향상시키고, 잔류 응력을 제거하며, 조직을 안정화할 목적으로 행하는 열처리를 말한다.

노말라이징(소균/燒均, 불림 – Normalizing) : 오스테나이트화 온도로부터 공기 중에 냉각시키는 처리로서, 그 목적은 앞 가공의 영향을 제거하고 결정립을 미세화하고 기계적 성질 등을 개선하여 표준화 시키는데 있다. 

어닐링(소둔/燒鈍, 풀림 – Annealing) : 재료를 연하게 하거나 내부 응력을 제거하기 위하여 고온에서 소재를 천천히 적절한 속도로 냉각하는 처리로 경도를 감소하고 가공성을 좋게 한다. 구상화처리(Spheroidzing), 균질화처리(Homogenizing Annealing)등이 이에 속한다.

표면 경화 열처리의 대표적인 열처리는 침탄과 질화, 그리고 고주파 표면 경화법이 있으며, 침탄(Carburizing, 浸炭)은 강을 변태점 이상으로 가열하여 탄소를 침투시켜서 표면 경화하는 처리이고, 질화(Nitriding, 窒化)는 강을 Ac1 이하의 적절한 온도에서 강의 표면에 질소를 침투시키는 표면 경화 처리이다. 고주파 표면 경화법은 고주파를 이용하여 필요한 표면 부분만을 가열하고 다음에 바로 퀜칭하는 방법이다. 탄소량이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어야 효과가 있어 주로 중탄소강(~0.4%C) 이상에서 시행한다.